英 연금 정책 성공 뒤엔 '넛지' 있었다

입력 2023-09-25 18:43   수정 2023-09-26 01:47

영국의 연금 제도는 최근 10여 년간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2012년 ‘퇴직연금 자동가입 제도’를 도입했고, 2015년엔 ‘연금 자유화 정책’을 시행했다. 정책의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안하면서 팔꿈치로 슬쩍 찌르듯이 자발적인 연금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영국의 퇴직연금 자동가입 제도에 따르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모든 영국 근로자는 새 직장에 출근한 첫날 퇴직연금에 자동 가입된다. 가입자의 연간 근로소득에서 최저소득(약 1040만원)을 제외한 금액의 4%가 퇴직연금 납부액으로 원천징수된다. 본인이 희망하면 퇴직연금 제도에서 탈퇴할 수 있지만, 가입 한 달 안에 탈퇴 의사를 밝혀야 한다. 탈퇴 후에도 3년마다 퇴직연금 가입자로 자동가입되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내지 않으려면 매번 탈퇴 의사를 다시 밝혀야 한다.

퇴직연금에서 탈퇴하면 기업과 정부가 연금 납입료에 연계해 보조해주는 총 4%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퇴직연금 제도를 탈퇴할 길을 열어놓으면서도 가입자가 스스로 연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여러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안드레아스 프리처드 영국 노동연금부(DWP) 연금정책 대변인은 “대부분 퇴직연금 가입 대상자들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정부의 역할은 ‘넛지’를 통해 가입자가 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연금 자유화 정책은 연금을 일시금으로 인출할 때 부과하던 55%에 달하는 고율의 세금을 폐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연금을 일시금으로 인출하려는 가입자는 정부의 연금 컨설팅 서비스인 ‘펜션와이즈(Pension Wise)’에서 상담하도록 했다.

펜션와이즈는 영국의 연금자문서비스 기관인 MaPS가 운영하는 무료 연금 자문 서비스다. 가입자는 연금 수령 방식에 따른 소득, 지출 추계와 다양한 연금 및 저축 상품 등에 관해 상담할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MaPS의 온라인 포털 ‘머니헬퍼’에서 연금 자문을 한 사람은 70만 명에 달했다. 이달 초 펜션와이즈에서 연금 상담을 한 지나 담렐 씨는 “이전에는 잘 이해하지 못한 연금 혜택을 전문가와 상담한 뒤 확실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런던=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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